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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나의 생각) AI 시대와 개발자

codeConnection 2024. 6. 16.

AI의 무서운 발전 속도

AI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 인공지능 sora 등 출시되는 족족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인공지능 모델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고, 심지어 악용 우려까지 있을 정도로 기술의 완성도가 높다 보니 상용화 하지 않는 기술도 많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난 개발 공부를 하기 이전, 전혀 다른 직군에서 일을 해 왔는데 그 때는 AI의 발전에 대한 소식을 간간히 접하긴 했어도 이렇게 빠를 것인 줄은 체감할 수 없었다.

컴퓨터와 관련이 크게 있지 않은 직업군에서는 AI의 발전이 나의 일을 대체하기에는 당장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개발을 공부 하며 ChatGPT를 누구보다 많이 하고 있다. 만약 인공지능 챗봇이 탄생하기 전이었다면 튜터님들께 계속 방문하며 막히는 점을 물어봐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튜터님들을 찾아 뵈는 횟수가 내 생각보다 많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런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면 그냥 이 부트캠프 없이 나 혼자 자습을 해도 비슷한 결과 아닌가?'라는 생각 말이다. 놀랍게도 이런 생각은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강생들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었다.

아직은 시기상조?

인공지능이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생각이 많을 것이다. 나도 처음 그렇게 생각했고, 개발을 공부하며 Chat GPT를 사용할 때 나 역시도 인공지능 챗봇의 할루시네이션과 무한 루프에 빠지는 경험을 수시로 하면서, '아직은 멀어도 한참 멀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개발 지식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그 횟수가 적어지고 있다. '올바른 질문'을 했을 때 '올바른 답변'이 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개발 학습 초창기에는 내 질문 자체가 추상적이거나 범위가 큰 질문이었을 것이다. 나의 개발 지식이 점점 확장 됨에 따라 질문의 범위도 축소시킬 수 있고 정확히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기에도 수월해졌다.

 

내가 부트캠프에서 공부하면서, '이러면 그냥 이 부트캠프 없이 나 혼자 자습을 해도 비슷한 결과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한 명이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여럿 있다면 이것은 부트캠프의 위기일 것이다.

 

비단 개발 부트캠프 뿐만 아니라 많은 교육 현장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학급에 선생님은 한 명이고, 학생은 수 십여 명이다. 학생들이 모두 같은 상태로 선생님의 강의를 이해했다는 보장이 없다. 분명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해서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텐데, 그렇다고 계속 그 학생을 위해서 설명한 것을 또 설명하며 전체의 진도를 늦게 갈 순 없는 것이다.

 

이럴 때 그 학생은 인공지능 챗봇을 사용하면 학급의 전체 진도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으면서도 눈치보지 않고 많은 질문을 해결할 수 있다. 심지어 질문을 제대로 했을 경우 답변 또한 명쾌하다. 사족이 달리지 않는다.

 

그러면 이 부트캠프에서는 이런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인공지능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주어 교육생이 이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부트캠프의 효용에 만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일단 강제성과 잘 짜여진 커리큘럼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제공할 수 없다. 나는 군 간부 훈련을 받으면서 항상 통제된 일정에 따랐다. 아침에 다른 대학생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학교 운동장을 뛰는 것부터 해서 내가 하기 싫다고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자율을 주었을 때 내가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냐고 질문했을 땐 아쉽지만 '아니다'였다.

 

나는 이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헬스장의 예시를 많이 든다. 내가 벤치 프레스를 5번 들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5번만 계속 연습한다면 절대로 6번을 할 수 없다.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남의 도움을 받든 어떻게든 6개를 해내야 그 다음부터 6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을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나 통제가 있어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대해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며 '익숙한 것', '안전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태초부터 그렇게 시스템되어 있었다.

 

그리고 부트캠프에서 또 해줄 수 있는 것은 팀 프로젝트의 경험 제공이다. 이것 또한 인공지능이 해주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자습을 하는 사람들은 팀 프로젝트를 하기 매우 어렵다.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있고, 지역도 다르고 모두 처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팀 프로젝트 팀원들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진행시키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부트캠프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실력이 어느정도 비슷한 수준이고, 같은 목적을 가지고 부트캠프에 의해 시간을 모두 동일하게 낼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이곳에서는 팀 프로젝트를 여러 번 할 수 있고, 이 하나 하나가 상당히 값지다.

그럼 나의 경우는?

앞에서 부트캠프가 인공지능이 해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반대로 나는 어떨까? 나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제공할 수 없는 능력을 보여줘야 회사에서,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몸을 실어 왔다. 그러면서 스스로 업무 능력 깡패가 되어 왔다. 우리 부모님 세대와 비교해보자. 우리 부모님이 사회 초년생 때는 가정용 인터넷과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오로지 책에 의존했어야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우리 아버지의 예전 모습은, 동네에 있는 문고에 방문해서 전국 지도를 구매한 뒤 이번 가족 휴가에서 어디 어디를 방문할 지 목적지를 체크하고, 주요 도로 등의 번호를 외워서 고속도로의 이정표에 의존해서 목적지까지 다다랐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내가 어떤 차를 운전하든 그냥 내 휴대폰에서 내비게이션 앱만 켜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실시간으로 교통 현황을 분석하여 최적의 경로를 알려준다. 심지어 모든 카메라 위치, 고속도로 사고 현황까지 브리핑해준다.

 

우리 아버지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서 누군가 만나는 일을 나와 동시에 했다면 나는 진작 그 일을 끝내고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핵심은 윗 문장이다. 기술이 발전했다면 그 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다른 일을 더 하면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바운더리까지 커버하면 경쟁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미 나는 전 직장에서도 알게 모르게 이미 그렇게 해왔다. 나의 직무는 농식품부와 지자체 간 체결한 농촌협약의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업무였는데, 실제로 한 일은 그 일보다 다른 일이 훨씬 많다. 법인의 웹 사이트를 만들어 관리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마케팅을 하거나 회사의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 툴로 개선하거나... 주어진 일이 아닌데도 내가 그렇게 나서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초인이서일까? 그렇지 않다. 그 일을 쉽게 도와주는 기술과 툴이 너무 많이 상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도기에서의 학습 태도

지금은 AI 등장의 초기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저항과 공포가 많다. 비단 이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는 항상 그래왔던 것 같다.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끼인 세대이다. 유년기에는 디지털이 활성화되고 있었지만 초기 단계였고,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더 편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요즘도 그렇게 하는 지 모르겠지만, 가정통신문을 출력해서 선생님이 나눠주시면 그 아래 부모님이 확인했는지 서명을 받아오도록 시키기도 하였었는데 사실 요즘에는 학무보 밴드나 앱을 만들어서 알림을 보내고 확인 여부를 확인하거나 채팅이나 댓글 등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과도기에 있었느냐면, 예전에는 영어 단어를 암기하거나 할 때 연필을 깎아서 종이가 뚫리도록 깜지를 써가며 외웠지만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고학년으로 가서는 '깜빡이'라는 제품이 열풍이었다.

 

이렇게 생긴 제품인데, 플래시 메모리 방법론에 의거해서 영어 단어를 계속 반복적으로 화면에 노출시켜주면서 암기시키는 방법이다. 이걸 사용하면 깜지를 쓰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단축되었고 피로도도 훨씬 적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영어 선생님이 이것의 공동구매를 추진하다가 문제가 된 사례도 기억이 난다.

 

저런 서비스나 기술이 나오면 저항이 있다. 모름지기 암기는 그저 단순하게 깜지를 쓰는 것이 최고다라는 의견부터, 이해를 하면 암기를 할 필요가 없다든지 등등...

 

PMP라는 제품도 기억이 난다. 

동영상 재생을 목적으로 한 동영상 플레이어 기기인데,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방금 언급했던 저 기술들이 당연히 모두 기본 기능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해를 하지 못할 것 같지만... 내가 고등학생 때는 저 제품이 없는 학생들이 없었다. 맨날 집에서 다운로드 받은 인터넷 강의를 인코딩하느라 시간 다 보내고 자율학습 때 저걸로 인터넷 강의를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걸 못하게 했었다. 공교육 기관에서 사교육을 추가학습 한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지만, "교과서로도 충분하다"라는 논리였다.

 

모르긴 몰라도 요즘에도 이런 논리로 이것을 막는다면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

개발자들의 AI에 대한 저항

부트캠프에 들어오고 나서 참 재미있는 현상을 봤다. 부트캠프든 인터넷 강의든 '구글링'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정설인 것 같다. 왜냐면 이 개발 언어라는 것이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만든 서비스일 뿐이고 실제 언어는 아니기에 불변성을 갖진 않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계속 변화하고 있고, 유행도 변화한다. 그리고 문법도 수 백가지가 넘는다. 우리가 프로그래밍 언어 학자가 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언어를 심도있게 이해하면서 내가 직접짜야 할 이유가 있겠냐라는 의견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블로그 같은 곳에 메모를 잘 해두고, 내가 메모하지 않은 거라면 다른 사람들이 공유한 지식을 검색해서 필요할 때 잘 사용하는 그 능력도 중요하다라고 강사들은 항상 강조를 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메모를 습관화 해왔다. 메모를 하는 이유는 내 머릿 속에서 잊기 위해서이다. 어차피 기억하고 있는 거면 메모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내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처럼 말이다. 내 이름을 메모해두진 않듯이...

 

그런데 내가 말한 재미있는 현상이란 이걸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링'은 당연한 것이고 잘 활용할 수록 득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인공지능 챗봇'을 사용하는 것은 경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일단 구글링을 하되, 하다 하다 안 되면 인공지능 챗봇을 사용한다라는 학습태도를 지닌 사람도 많다. 뭔가 인공지능 챗봇을 쓰면 내가 스스로 학습을 한 게 아니고 구글링을 하면 내가 스스로 학습을 했다라는 안도감이 드는 것 같다. 왜 그런지 이해는 한다. 구글링을 하면 내가 원하는 정보가 딱 나오지 않고, 남들이 쓴 정보를 토대로 내 것으로 재가공하는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차라리 그렇게 사고할 시간에 빨리 처리하고 다른 일을 더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100이라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100이라는 과제를 구글링만으로 해결하는 사람과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사람 간의 완성 속도는 차이가 날 것이다. 인공지능을 사용한 사람이 훨씬 빠르게 끝낼 수 있을 텐데, 먼저 끝냈다고 쉬는 것이 아니라 더 구현해야 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구글링을 하는 사람이 100의 아웃풋을 냈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150의 아웃풋을 내면 되지 않느냐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공지능을 사용한다고 그게 내 지식이 아니라고 찝찝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패턴은 반복되고, 계속 반복해서 노출되다 보면 몸이 기억하는 단계까지 자동으로 온다.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고, 그리고 지금은 AI의 초기 단계이다 보니 이러한 저항이 있을 순 있지만 중기 단계만 넘어가더라도 당연한 게 되어버릴 것이다. 처음 초기 단계 때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중기에 들어갔을 때 뒤쳐지는 개발자가 되면 안 될 것이다.

 

요즘에 어떤 정보를 얻을 때 도서관에 가서 문헌을 찾아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낭만이 좋아서 취미 삼아 찾아가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비즈니스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하면 집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 시간을 길게 쓸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지금 그렇다고 해서 "왜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보지 않고 구글링해서 날로 먹느냐"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반대일 것이다. 도서관에 가면 우둔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반대로 AI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AI에 대한 저항으로, 우리가 과거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보였던 패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지금 이 단계에 잘 적응해서 원래의 노력보다 적은 노력으로 더 큰 아웃풋을 내는데 익숙해진다면, 어떤 일자리를 갖고 있든 AI와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나와 같은 프론트 엔드는 그 시간에 빨리 끝내고 풀 스택까지 넘보면 되는 것이다.

 

나의 주장이 자칫 학습을 깊이 있게 하지 말고 빨리 배우고 넘겨라라는 식으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지만, 애초에 학습 자체가 목적인 경우에는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책이나 강의를 이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습 자체가 목적이 아닌 비즈니스가 목적이니,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그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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